인류 구한 '불멸의 세포' 주인공, 70년 만에 보상 받는다

입력 2023-08-02 18:40   수정 2023-08-03 00:42

70여 년 전 세포를 무단 채취당해 자신도 모르게 인류 의학사에 기여하게 된 미국 흑인 여성이 마침내 보상받을 수 있게 됐다.

영국 BBC방송은 1일(현지시간) 세포의 주인공인 헨리에타 랙스(사진)의 유족과 매사추세츠주 기반 바이오 기업 서모피셔사이언티픽이 전날 합의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보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유족 측 변호사 벤 크럼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양측 모두 만족한 합의였다고 밝혔다.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 거주하던 랙스(당시 31세)는 1951년 복부 통증과 이상 출혈로 존스홉킨스 병원을 찾았다가 세포를 도둑맞았다. 당시 산부인과 의사들은 랙스의 자궁경부에서 커다란 종양을 발견한 뒤 환자에게 알리거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암세포 샘플을 연구실로 보냈다. 랙스의 세포는 여타 세포와 달리 실험실에서 무한 증식했고 죽지 않는 ‘불멸의 세포’로 불리며 전 세계 연구실에 퍼져나갔다. 이후 이 세포는 ‘헬라(HeLa)’라는 이름이 붙어 소아마비 백신 개발과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암, 불임 연구 등에 활용돼 수많은 업적으로 이어졌다.

랙스의 유족은 그의 사망 수십 년 뒤에야 진상을 알게 됐고, 서모피셔가 랙스의 세포로 부당하게 이익을 챙겼다며 2021년 소송을 제기했다. 서모피셔는 소멸시효를 들어 소를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유족은 세포가 여전히 복제되고 있어 소멸시효를 넘기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랙스의 유전물질을 재생산하거나 그로부터 이익을 얻을 때마다 소멸시효가 연장된다는 게 유족의 주장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1년 랙스가 남긴 업적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를 열어 그가 겪은 착취에 대해 공개적으로 유감을 밝히기도 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당시 “랙스는 착취당했다”며 “신체가 과학에 남용된 수많은 유색인종 여성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구교범 기자 gugyobeo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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